★제14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대상작품
제8요일*
지구특파원 보고서 17
손나래(본명 손석만)
요즘 기후는 땅과 하늘의 창틀에서 비디오로 본다. 재생 버튼이 눈을 뜬 채
안식일이 끝난 뒤, 처음으로 사람 손에서 만들어진 위대한 창작이라고 너는 입을
벌린다
사람들 손끝에선 투명한 일회용 뼈들이 계속 자라, 버려진다 버려질수록 단단해
지고 무덤으로 살아난다
무덤의 하품으로 열기구는 자꾸 부풀어진다
나는 처음 보고 있다 플라스틱 오토바이를 탄 떼구름이 국경을 지우고 떼비로 쏟
아내는 것에
산들은 복통을 참다못해 내장을 쏟는다
비명이 녹슨 금속 자갈처럼 굴러진다
그 소리에 맞추어서
우리는 강가의 버드나무가 비닐 치마를 두르고 춤추는 것을 본다 우듬지 가슴은
화학성분 표시가
선명한 비료 포대로 가리고
물은 가만히 있는데
버드나무 가빠진 호흡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너는 말한다
버드나무 숨소리가 출렁인다 열기구가 출렁인다
나는 창문을 바라보면서
귀가 부풀어지고 있다 기후라는 전시장에 걸리는 그림들, 인간 손끝이 만든 처음
성공한 영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평택〔생태시 문학상〕대상 당선 소감
손나래
기후 위기와 생태의 고통은 이제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우리의 집 창틀 바로 앞까지 다가온 현실입니다.
지난해 산불과 폭우가 휩쓸고 간 산사태 지역, 경남 산청 성철스님의 생가 옆 경호강변을 걸었습니다. 강가의 나무들이 비닐 치마를 두른 채 가쁜 호흡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인간이 초래한 재앙을 고스란히 증언하는 생생한 증거물 같았습니다.
이번 시 '제8요일'은 그 고통의 비명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 적은 작은 기록에 불과합니다. 이 부끄러운 고백에 '평택생태문학상 대상'이라는 과분한 이름을 얹어주신 것은, 앞으로도 인간의 이기심이 지워버린 자연의 자리를 더 치열하게 기록하라는 매서운 격려라고 믿습니다. 귀를 닫지 않고, 눈을 감지 않으며, 지구의 아픈 소식을 부지런히 전하는 소명을 이어가겠습니다.
이 귀한 장을 열어주신 평택생태문학상 관계자분들과 부족한 문장을 깊이 읽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제14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우수상 작품
공존의 꿈
천사빈
산벚나무 수피마다
눈물이 되지 못한 애환이 스며있다
피멍 든 날개를 파닥이며 돌아온 숲에는
어미를 기다리던 말랑한 부리가
허공만 연신 쪼아대고
체온을 나누며 누대에 걸쳐 살아온 터전
바싹 마른 골목 끝에서
묻혀있던 울음들이 가시처럼 돋아날 때
순백의 깃털도 뭉텅뭉텅 빠져나간다
꽃내음을 따라 되돌아온 백로는
박힌 돌을 빼내려는 거친 손아귀에 밀려
깃을 접은 채 웅크리고 있다
숲을 밀어낸 조명은 밤새 번쩍이고
겨우 남은 몇 개의 둥지 위로
헐어내라는 소리가 황량하게 맴돌 때면
백로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숲 가장자리를 서성인다
사람이 한 발짝 물러설 때마다
주눅 든 날갯죽지에도 새살이 돋고
메마른 땅 아래에는 다시
물길이 열린다
산벚나무 수피에 서린 애환을
따뜻한 입김으로 어루만지면
한결 가벼워진 백로의 날갯짓 따라
숲은 천천히 세상을 초록빛으로 채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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